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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 AI시대 사람의 일은 창조적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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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외국기업협회 작성일21-03-17 16:08 조회64,28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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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간단한 노동을 대체한 시대에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저는 데이터를 만드는 직업, `디지털 데이터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위해 교육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14일 매일경제 비즈타임스와 만난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는 인터뷰하는 내내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이 그리는 미래상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한 독일 기업의 구내식당이었다. 코로나19로 이후 구내식당은 감염 위험이 높은 공간이 됐다.

영상에선 방역을 위해 식당 전체를 3차원으로 모델링했다. 각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말을 얼마나 하고, 에어컨은 어떻게 작동되는지 모든 상황이 모델링됐다. 실제 식당 기반의 데이터 위에 유체역학과 열역학 등 데이터가 적용돼 시뮬레이션을 작동시킨다. 어느 거리에 있어야 안전한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과학적으로 식당 내 감염 위험성을 줄이는 방법이다.

조 대표는 "이 사례는 데이터를 통해 구축한 가상 공간이 어떻게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지 보여준다"면서 "우리 현실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상공간을 잘 사용해야 하고, 우리는 가상공간을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꾸며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쏘시스템은 글로벌 제조사 다쏘그룹 자회사로 1981년부터 자동차와 비행기 설계용 3D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3D로 미리 제품이나 건물을 만들어보고, 시뮬레이션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한다. 공대생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카티아`나 `솔리드웍스`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바로 다쏘시스템 제품이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에 달했을 무렵 의사와 환자 동선을 고려해 감염 우려가 가장 적은 공간을 짜고, 침대 위치와 진료 동선을 고려하며 병원 전체의 공기 순환 시스템까지 시뮬레이션해 1박2일 만에 디자인과 설계를 마쳐 우한에 불과 2주 만에 병상 1000개를 세울 수 있도록 했던 것도 다쏘시스템의 프로그램 덕분이다.

산업현장이나 대학에서 자주 쓰이던 3D 모델링 프로그램들이 점점 일상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조 대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미래를 짚었다. 그는 "도면으로 봤을 때는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되던 것들이 3D로 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제는 가상현실에서 3D로 모든 걸 보고, 시뮬레이션해보고, 검증해보는 사회로 넘어가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쏘시스템은 3D 모델링을 활용해 가상 도시에서 시뮬레이션으로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실제 도시에 적용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를 준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구성하면 건물을 세울 때 어디에 그림자가 질지, 바람은 어디로 불지 렌더링을 통해 파악할 수 있어 각종 건물 데이터와 지형 데이터를 이용해 보다 효율적인 도시 설계가 가능하다.

문제는 스마트시티가 정교하게 구축되기 위해선 상당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조 대표는 "시뮬레이션을 하려면 3D 데이터, 3D 도면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에는 2D 데이터는 많은데 3D 데이터는 부족하다. 모델링을 위해선 이런 데이터들을 3D화하는 게 무척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인공지능(AI)을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직업이 인기다. 하지만 모두가 그걸 할 수는 없다. 간단한 노동은 컴퓨터가 하고, 새로운 걸 개발하는 직업은 상위 0.5%만 하는 시대에 대부분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3D 데이터를 만드는 일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노동의 대체를 위해서도, 가상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도 3D 데이터를 만드는 직업이 생겨나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조 대표는 이를 위한 실험적인 시도를 준비 중이다. 그는 "다쏘시스템은 디지털 뉴딜 아카데미를 통해 경력단절 여성, 대학을 졸업한 청년백수 등 30명 정도를 선발해 10주 정도 카티아와 같은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강의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통해 이들이 2D 도면을 3D로 만드는 방법을 배워 투입되는 식"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인터뷰 내내 교육을 강조한 이유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수학, 과학이라며 어려워하고 피하기만 하던 프로그램들을 접할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고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칭화대에서는 경제학과 학생들도 졸업과제를 위해 다쏘시스템 솔리드웍스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제품 모델링을 하고 마케팅 실습을 하더라"면서 "한국도 굳이 과학을 배우지 않더라도 향후 도래할 디지털 세상에 대비해 3D 모델링 툴을 익혀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한국 사람들은 3D 데이터를 꼼꼼하게 구축할 수 있는 공부 능력이 있어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영국 에식스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일본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마쳤다. 그는 1997년 다쏘시스템 한국 지사 설립 때부터 다쏘시스템과 함께했으며 경영관리, 중국 글로벌 비즈니스, PLM 채널 총괄, 아시아 채널 마케팅 등 주요 요직을 거쳐 2007년 사장으로 선임돼 지금까지 다쏘시스템코리아를 이끌고 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우리 한계는 상상력의 한계이지 기술력의 한계가 아니다"면서 "상상을 많이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상상을 해서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가상공간에서의 경험과 창조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현실에서 누구보다 경쟁력 있고, 쉽고, 안전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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