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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40주년 외국기업협회 이승현 회장 인터뷰 - 매일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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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외국기업협회 작성일18-08-31 10:37 조회336,3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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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40주년 외국기업協 이승현 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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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 기업 1만7000여 곳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21%, 고용의 6%를 담당한다. 그런데도 외국계 기업이라면 도매금으로 종종 오해를 받는다. '먹튀' 논란(론스타) 등 부정적 이미지로 비치거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지는 합리적인 직장문화를 가진 곳이라는 막연한 환상에 싸여 있기도 하다. 매일경제 비즈타임스는 최근 이승현 외국기업협회 회장(인팩코리아 대표)을 만나 외국 기업에 대한 오해와 환상을 물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외국인 투자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일련의 세제 개편과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산업 정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세제 개편, 최저임금 인상, 주당 근로시간(52시간) 제한 등 최근 국내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나.

▷최저임금 인상과 주당 최장 52시간 근무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행해야 한다. 52시간으로 주당 최당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 자체는 사실상 주 40시간 근무제에 대한 초과근무 제한 규정에 불과하다. 외국 기업들에 큰 의미는 없다. 문제는 주당 52시간으로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면서 탄력근무제 도입 등 유연한 노동력 활용 측면에서 너무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 최고위 경영진의 전용 운전기사가 1명이면 며칠 만에 주당 52시간 근무를 초과한다. 기사를 해고하고 대리기사를 불러야 할 상황이다. 일자리만 줄어든다.

최저임금을 받는 일자리는 외국 기업에 없다. 그러나 심리적인 효과는 바로 발생한다. 기존 직원 임금 인상 문제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감안하게 되고, 임직원 채용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 올 7월 발표된 '투자 유치 지원 제도 개편 방안'에서 외국인 투자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혜택을 폐지하기로 했다. 작년 말 유럽연합(EU) 경제재정이사회(ECOFIN)가 한국을 '조세 분야 비협조 지역' 명단에 포함시킨 데 따른 반응인데, 너무 성급하게 국익에 대한 보호 수단을 해체한 것 같다.

신기술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현금 지원을 확대한다고 했지만 이해득실을 따지면 성과가 분명하지 않다. 관건은 앞으로 신규 투자 지역을 검토할 때 얼마나 많은 외국 기업이 한국에 오려 하겠느냐다. 본사 의사 결정자가 한국과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 경쟁 지역을 비교할 때 이사회와 주주를 설득하기 가장 좋은 근거는 세제다. 한국에 세제 혜택이 없다면 다른 측면에서 한국 투자가 장점을 갖고 있어도 한국지사 입장에서 외국 본사를 설득하기 어렵다.

신규 외국인 투자 기업이 국내 사업을 안정시키려면 5년 정도 걸린다. 국익 차원에서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은 현재 법인세도 내리는 추세다. 한국은 법인세는 올리고 세제 혜택은 줄였으니 앞으로 신규 외국인 투자 유치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

―협회 차원에서 외국계 기업에 대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인식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외국인투자촉진법이 제정된 해가 1998년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가 어려웠을 때 정부는 많은 외국 기업이 국내에 진출해 투자하길 원했다. 20년이 지났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매년 여는 '외국 기업의 날'과 같은 행사에 대통령이 몸소 참석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위기에서 회복하자 흔히 국내 경제5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에만 관심이 쏠렸다.

외국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에 필요한 존재다. 외국 기업에 대해 일반인이 가진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외국기업협회가 존재한다. 협회가 위상을 제대로 정립한다면 외국 기업들이 본국에 팔지 않는 나쁜 제품을 한국에 판다든지, 지나친 가격 차별 정책을 한국에만 적용한다든지 등 행태를 보일 때 압박을 가할 수 있다.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다. 글로벌 기업들에 우호적인 투자·사업 환경을 조성한다면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이득이다. 외국기업협회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단법인이자 비영리단체로 정부 보조금 없이 운영된다. 외국 기업들이 더 많이 국내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외국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유달리 평판 위기에 취약한데.

▷생명에 직결되는 부분은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어떤 문제든지 생명과 관련됐다면 소비자와 언론의 비판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고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때로는 국민 감정에 호소할 때도 있다. 여론이 만들어질 때 이분법적으로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을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구분은 지양했으면 하는 게 외국기업협회장으로서 바라는 바다. 어떤 사안을 두고 시시비비를 가릴 때는 동일한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생명 이외 부분에서 국익과 기업 이익이 충돌한다면 한국인 직원들은 정부 규제 등 주어진 조건에서 국내 기업 활동의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판단하면 된다.

―글로벌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헐값 인수'에 대한 반감이 심한데.

▷현재 한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주류는 국내 수출의 21%를 담당하고 있는 외국 투자 제조기업들이다. 이들은 판매조직에 더해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일부 금융사나 사모펀드가 한국에서 자본이득을 취하는 건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국내 사모펀드나 토종자본도 마찬가지로 외국에 진출해 활동한다. 외국 자본의 공격은 적절히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국제투기자본 세력이 한국이 손실을 입힌다면 이는 한국의 능력과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 기업들은 국내 경영 환경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

▷특정 토종 중소기업이 세워져 삼성그룹이나 LG그룹에 납품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 속에서 일종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한국 산업구조에서 독립적으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여전히 '국내 중소기업 보호론'이란 민족주의 내지 국수주의적 명분에 치우져 있다. 1960~1970년대 수출을 주도했던 국내 섬유산업만 보더라도 그렇다. 외국에서는 단순 봉제·임가공에서 시작했지만 자라나 유니클로 같은 글로벌 브랜드를 배출했다. 반면 국내 섬유기업이 성장해 글로벌 패션브랜드로 확장한 사례는 없다.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갖췄다. 한국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산업 기반이 단단해졌다. 정부가 이익집단 논리에 휘둘려 보호주의 경향을 띤다면 국가 산업 경쟁력은 후퇴할 것이다.


[안갑성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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